4 (꿀잼, 뿌듯)

로판소설추천리뷰/ 황녀, 반역자를 각인시키다 - 이린비

심플캣 2024. 5. 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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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7황녀 이뷔엔로즈는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반역을 일으킨 호문클루스들에 의해 황실이 망하고

그들의 편에 선 동생의 계략에 빠져 독약을 삼키고 죽었던 기억이였다.

그런데

"나....안 죽었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이 8살이나 어려진 채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도 다음 대 후계자가 되는 3황녀가 정식으로 후계자로 낙점되기 전으로

'이건 기회야.'

3황녀 브리지테를 누르고 후계자로 인정받아 황실의 몰락을 막을 기회.

그 대비의 일환으로 이브는 황제의 마음을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호문클루스들의 왕이자 공중감옥의 괴몰 '미카엘'을 자신의 기사로 들이기로 하는데

"미카엘 그대가 필요해, 아주 절실하게 말이야"

과연 이뷔엔로즈는 그를 얻고, 무사히 황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키워드

#로판 #회귀물 #살짝정치물 #치명남주 #당돌여주 #황태녀여주

 

줄거리&후기

 

모처럼 막힘없이 술술 읽은 재밌는 로판이었다. 로판 치고 내용이 긴 편인데 쉴틈없이 몇일 내로 다 읽어버림..

여주 이뷔엔로즈는 연금술을 기반으로 만든 호문클루스들의 반란으로 망했었던 하델라미드 제국의 7황녀이다.

 

방구석 현자로 정치와 사교를 등한시한 채 연금술만 매진했을 뿐인데 좁다못해 없어진 입지는 여주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의 대상이 되었고, 특히나 호문클루스의 처우 개선을 강조한 것으로 천역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우연찮게 회귀를 하게 된 여주는 자신이 나서서 황태녀가 되어 호문클루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적극적일 것을 다짐하고 호문클루스의 왕 미카엘리스 아그니토를 직속기사로 임명한다.

 

황태녀가 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하나하나 현재를 바꿔나간다. 왜 이전 전생에선 안그랬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정치 처세술과 사교에 능했다.

 

경국지색 남주인 미카엘리스 아그니토와의 로맨스도 적절한 듯 하다. 스토리 메인이 황태녀로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다른 소설보다 로맨스 비중이 약한 듯 하지만서도 황태녀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지루하지 않았고 이브의 감정도 서서히 사랑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이 시간을 두고 개연성 있게 그려졌기에 나쁘지않은 속도라고 생각한다.

 

여주, 남주 둘다 성격 답답한 것 하나 없고 여주는 은근히 당돌했고 남주는 눈치빠르게 여주를 보좌하는 훌륭한 콤비여서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주변 인물들도 전생에는 악역이었지만 나중에는 약간 악역이라기엔 애매해지는 포지션들이 생긴다.

 

연적이 있는듯 없는듯 있지만 그래도 고구마 하나 없이 연애 전선에 들어간다. 나름 작중 진지한 상황일 것임에도 웃긴 개그적 요소도 들어가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초기설정이 무너지는듯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작가님의 필력이 좋아 흡입력 있게 보고 스토리에 빠져드는 소설. 

 

맛보기

시야가, 아니 세상이 게걸스러운 붉은빛으로 덮여 나갔다. 그것은 지난 생의 세상이 맞이하게 될 종말이자 재탄생을 예고하는 빛이었다.

 

빛은 가장 지척에 있는 미카엘부터 집어삼켰다. 감각과 기억과 의식이 차례로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미카엘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마저 무로 돌아갈 것을 느꼈다.

 

그것은 꾹 눌러왔던 그의 감정이었다.

 

아직 고백조차 못해본 마음이었다. 미카엘은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다해서 이브의 주검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 그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사랑했어. 아마 다시 만나도 똑같겠지.

 

쓰게 웃는 얼굴 위로 물기가 어렸다. 이런 눈물은 배운 적이 없는데, 하여간 그의 황녀는 그로 하여금 세상의 아픈 것들을 참 많이도 배우도록 했다.

 

 - 이번 생의 기적은 이걸로 끝이야. 만약 다음 생에도 기적이 있다면 부디.....

 

들리진 않겠지만, 닿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말헀다.

 

 - 나를, 조금만 사랑해줘.

 

목 메인 음성으로 애원했다.